2012년 4월 5일 목요일

양세림 - 선



요 며칠 내내 나름대로 심각하게 친구와 갈등이 생겼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 혼자만의 갈등이었다. 왜냐하면 나 혼자 끙끙대고 겉으론 내색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그 친구는 내가 저때문에 고민하고 생각했다는 자체를 몰랐었다. 남이 들으면 나 참 무서운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같다. 하지만 내 견해로는 충분히 생각하고 또 생각했을 때 그 언짢은 감정이 그대로다? 그렇다면 그 때 말하면 된다라는 게 내 신조다. 속된말로 '뒤끝있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대부분 생각을 계속 하다보면 늘 끝은 흐지부지다. 늘 흐지부지로 결말을 보다보니 그냥 넘어가기 일쑤가 되버렸다. 그래서 내가 상대에게 서운함을 느낀것도 내가 상대에게 서운함을 준것도 그냥 넘어가 버리는게 되었다. 나는 이러했던 사실들을 망각한 채 지내다가 이 심각성의 정도를 얼마전에서야 알게 되었다.

친구 A는 나의 속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아주 가까운 친구다. 처음 A를 사귀었을 때 호탕한 성격과 함께 장난끼가 많아서 서로 만나면 웃기 바빴었다. 우리에게는 서로 강한 믿음이 있었다. 여태까지 '너 나 믿지?' 같은 말은 한번도 한 적 없다만 늘상 만나면 서로가 믿는다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친구 A가 내 걱정을 같이 고민해 줄 때에는 엄청난 의지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마음이 이상했다. 친구 A의 도가 지나친 장난의 횟수가 점점 많아졌기 때문이다. 웃으면서 장난을 치니까 덩달아 나도 웃는다 하지만 속으로 씁쓸한 경우가 많다. 왜인지 나 씁쓸한것만 생각해서 장난치는 A한테 '하지마!'라고 단호하게 말한다면 갑자기 싸해질것같은 분위기를 감당 못할것같아서 말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계속해서 도가 지나치는 장난을 받아주면 내가 A를 예전과 같이 살갑게 대하지를 못할것같았다. 그렇게 되면 나와 A와의 관계가 멀어질것이고 그것은 더 감당 못할것같았다. 그래서 A에게 내 생각을 말하기로 결심했다. 매일같이 만나면 웃는 이야기밖에 안했던 내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하니 친구 A는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있었다는 걸 전혀 몰랐고 이런 이야기를 왜 이제서야 하냐고 핀잔아닌 핀잔도 들었다. 하지만 A가 적잖이 당황함을 느끼고 있다는걸 난 알았다. 이후 서로 만나면 서먹한감이 없지않아 남아있다. 예전에 나의 흐지부지함의 심각함을 미리 깨달았다면, A에게 내 생각을 말했었더라면 지금같은 상황은 오지 않았을텐데… 서로에게 서운함만 각인시켜준 꼴이 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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