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1일 일요일

스마트폰 시대의 고독 (충남사설읽기워크북 02)

동아일보 2011.03.19 황상민



얼마 전 몇몇 광고 캠페인 문구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영화에만 빠져 들지 말고 여친에게도 빠져 드세요.”

“운전 중 SNS 날리려다 응급차 SOS 날리게 됩니다.”

“페이스북만 들여다보지 말고 주위 사람 얼굴도 돌아보세요.”

응급차 관련 문구는 뒤통수를 때리는 듯했다. 사람들을 연결하고 통하게 만든다는 스마트 기기에 의해 정작 사람들 간의 소통이 단절되거나, 더욱 소외되는 그런 상황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생겼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 연결되었다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우리는 외로움과 혼자만의 생활 속에 빠져드는 것은 아닐까. 디지털 세상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과거와는 다른 방식의 삶을 살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우리는 디지털 세상에서 정말 스마트하게 살고 있는 것일까. 스마트폰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실시간 e메일 확인과 응답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됐다. 이로 인해 사람들 간의 소통은 더 빨라지고, 더 많은 사람과 연결된 듯하다. 그러나 정작 나는 사람이 아닌 스마트폰을 쥐고 산다.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더 줄고 있다. 친구와 만나도, 가족과 오랜만에 한자리에 앉는 순간에도 각자의 스마트폰 세계에 빠진다. 소통을 촉진하고 만남을 더 자연스럽게 한다는 스마트폰이 대화의 부재, 소통의 단절 문제를 야기한다. ‘스마트폰 과부’, ‘스마트폰 홀아비’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스마트폰으로 인해 세상과의 소통은 용이해졌지만 가족 간의 소통은 오히려 단절돼 가는 것은 아닌지 씁쓸함마저 든다.

디지털 기기, 스마트 기기가 축복이기는 하지만 또 한편으로 우리에게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더 고민하게 만든다. 현재의 삶을 더 스마트하고 행복하게 살게 해줄 훌륭한 수단이지만 스마트 기기의 가치는 이것을 이용하는 인간에게 달려 있다. 행복한 삶을 돕는 수단으로 등장한 스마트폰으로 매 순간 SNS를 하고 수천 명의 팔로어를 거느렸다고 해도 당장 마주 앉아 대화할 수 있는 상대가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문자나 SNS를 통해서가 아닌, 거리낌 없이 전화를 걸고 얼굴을 마주 할 상대가 과연 몇 명이나 될지 역시 궁금하다. 스마트폰이 우리 삶에 행복까지 가져왔는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스마트한 삶을 위한 스마트한 활용의 지혜가 절실히 필요하다.

최신 디지털 기술과 제품을 자랑하는 가전회사들이 정작 제품이 아닌 인간의 삶에 관심을 두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그래도 가끔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아날로그적인 삶을 즐기자는 캠페인은 소비자로선 또 다른 신선한 충격이다. 광고 캠페인 하나로 디지털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고민해보고 삶의 지혜를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 흥미롭다. 스쳐 보내는 삶이 아닌, 스마트 기기를 통한 진정 스마트한 삶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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