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5일 목요일

방소연 - 거룩한 욕심



요즘 무척 피곤하다. 처음 기숙사에 들어온 지 1주일 까지는 쌩쌩했다. 그다음 1주일도 나름 잘 보내왔다. 감기에 걸린 것 빼고는, 4주부터인가.... 아니, 셋째 주 토요일 이였을 것이다. 그날 이후 나는 육체적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쌓이기 시작했다. 토요일 아침, 짐을 싸고는 무척 기대에 찬 모습으로 기숙사를 나왔다. 왜 그렇게 기대에 찼냐면 셋째 주 토요일은 내가 교회 청소년부 예배 때 메인 반주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나는 청소년부에 올라온 3년 전부터 계속 세컨 반주만 했었다. 물론 그것이 싫은 것은 아니지만 억울한 것도 맞다.

그렇기 때문에 위 선배가 졸업하고 바로 위 선배와 나만 남은 이 1년을 난 무척 기대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3개월간 나는 단 한번도 메인을 해 본적이 없다. 왜일까...... 나 스스로 생각하기에 결코 언니들에게 뒤지지 않는 실력이라고 생각해왔다. 자만이다. 자신감이기도 하다. 실제로 실력은 별 차이 없기도 했고, 이론에 있어서는 언니들보다 내가 더 아는게 많았다. 어릴 적 부터 꿈이기도 했기에, 열심히 포기하지 않고 이어왔다. 참고 내 차례를 기다려왔다.

드디어 두려움반 기대반 교회에 도착했다. 그런데...... 웬걸? 청년부와의 연합예배. 처음 반주하는 나로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선배가 메인을 하고 난 세컨을 하게 되었다. 예배 드리는 내내 ‘지친다...’라고,

어쩌면 별일 아닌 일이겠지만 그 후 내 마음속에 아쉬움과 억울함이 가득 남게 되었다. 일요일, 어제 일은 잊자.라고 생각하며 예배를 드렸다. 1시간이 흘러가고, 찬양대 연습에 들어갔다. 그런데 왜 그리 맘에 안드는지, 전도사님은 박자를 못 맞추시고 선배는 알아채리지도 못하고, 전도사님 질문에 답했다가 친구들한테 핀잔받고, 어제 삭힌 마음 때문인지 꼬일 때로 꼬인 내 마음이었다. 있는대로 짜증 부릴 수 없어 참고 참는데, 눈물이 나왔다. 그래서 그냥 나와버렸다. 엄마와 준비물을 사기 위해 백화점에 갔다. 차를 타는 내내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엄마에게 억울함을 토해내기도 했다. 난 그때 엄마의 말을 잊을 수 없다. ‘너의 꼬인 심정은 나쁘지만, 그래도 그런 거룩한 욕심을 가지고 있다니 엄만 기쁘다.’ 거룩한 욕심이라니?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게 거룩한 욕심인가? 그저 나를 자랑하고 싶은 마음일지도 모르는데? 그 뒤로 엄마의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엄마도 그런 때가 있었어. 모두 포기하고 신앙을 포기할까라는... 하지만 어떻게 그러겠니. 하나님께 봉사하는 일이 내 욕심보다 중요할 수 없는 걸. 지금은 엄마가 이렇게 교회에서 많이 쓰임 받고 사람들이 의지하고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처음에는 아니였어. 네가 어렸을 때 친했던 애 기억하지? 그 애 엄마랑도 친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말을 하지 않기 시작하더라. 지금에서야 알았지만 주변사람들이 엄마를 모함하더라고... 물론 억울했지. 교회에서 무시받고 잘 상대해 주지 않았어. 그래도 난 내가 있는 이 자리를 꿋꿋하게 지켜나갔지. 떠나갈 사람들은 떠나가고 남아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더라. 그치? 난 네 친구엄마가 이사 갈 때도 서로 말을 하지 않았어. 나는 친구로 생각했는데 상대방은 날 경쟁상대로 여긴 것 같더라. 그래서 그냥 덤덤하게 보내줬지.’

이 이야기를 듣고 나니 더 슬퍼졌다. 그리고 이런 엄마가 있다는 게 자랑스러웠다. 분명 그 때 일은 나도 기억하고 있기에. 아마 친구가 나랑 놀지 못했을 때였을 것이다. 난 이 엄마의 경험을 마음에 깊이 새겼다.

다시 기숙사에 들어왔다. 그런데 멀쩡했던 몸이 왜 그렇게 힘들게만 움직이는지, 일주일동안 그 생각만 하게 되고 생각 할 때마다 눈물이 났다. 덤덤하려 했지만 나도 모르는 새 어지간히도 한이 맺혔나 보다. 또 일주일이 흘렀다.

토요일. 어떤 얼굴로 봐야 할까. 고민하며 교회에 도착했다. 하아. 오늘도 세컨이구나... ‘음?’ =오늘 언니 아파서 반주 못할 거 같아. 오늘 반주는 너한테 부탁할게= 문자를 받자마자 두근거렸다. 갑작스러웠다. 하지만 기대가 되었다. 내 목소리를 주님이 들어주신걸까? 아닌가 보다. 막상 예배를 드리기 시작하니 전도사님이 방석을 원으로 깔으라고 하셨다. 오늘도 물건너 갔다. 언니도 없고 드럼하는 애도 아프고 일렉은 기타를 학교에 놓고왔다. 좀더 기다려야 하나보다. 이제는 마음을 놓았다. ‘그냥 참고 기다리자. 어차피 갈 사람가면 내가 하겠지. 더 기다리자.’ 그리고 나는 지난번 엄마가 말한 ‘거룩한 욕심’을 생각했다. 그리고 희망을 품기로 했다. 10년을 꿈꿨는데 몇 개월 못 기다릴 것 없었다. 물론 지금도 마음은 아프지만 무거운 짐이 내려놓아진 것 같았다. 앞으로 3일. 주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무덤에 계시는 기간이다. 다시 한 번 묵상하며 주님 계획하실 일을 생각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