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5일 목요일

김보영 - 인상


인상


새해에 우리가 듣게 되는 여러 덕담들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 ‘부자 되세요.’  우리는 한 해를 기분 좋게 시작하고 더 잘 보내기 위해서 덕담을 주고받는다. 그런데 나에게는 매년 듣게 되는 덕담 같지 않은 덕담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항상 웃어’라는 덕담이었다. 이 덕담은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듣기 시작해 얼마 전 까지 꾸준하게 들어 온 것으로 다른 사람이 듣는 다면 아무렇지 않게 넘어 갈만한 말이지만 그 말을 매년 듣는 나로서는 고민이자 콤플렉스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내가 매년 그 말을 듣는 까닭은 차가워 보이는 인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웃지 않고 무표정으로 있을 때면 화가나 보이거나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보이기 일쑤였다.

그렇기 때문에 내 입장에서 그 덕담은 ‘너는 사나워 보이는 인상이니 웃고라도 있으렴.’ 이라는 소리로 들렸던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인상 때문에 내가 받는 피해 또한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새 학년이 되어 친구를 사귈 때조차도 인상 때문에 친구들 눈에는 내가 불량한 학생으로 보이거나 얼굴에 짜증만 가득한 아이로 보여 친구들과 친해지기 쉽지 않았고 내 인상만 보고 나를 평가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시간이 지나 친해진 친구들에게서 처음에 나를 안 좋은 아이로 봤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놀랄만한 일도 아니었던 것이다. 이러한 말을 매년 듣게 된 나는 누군가 내 얼굴을 뻔히 쳐다보기만 해도 ‘나를 안 좋게 보는 것은 아닐까’ 하는 피해 의식까지 생기고 말았다. 결국 나는 억지로라도 웃으려 애쓰는 아이가 되어버렸다.

시간이 흘러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도 나의 인상 콤플렉스는 지워지지 않고 이따금 수면에 내비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국어시간에 나는 지난날의 그 고민들이 어린 나의 머리에서 나온 고민할 필요도 없는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남들이 머라고 떠들던 나는 나고 내가 그렇지 않다면 그걸로 충분한 것이라고, 껍데기 보다는 속 안의 알맹이가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국어 시간에 배운 신동엽의 ‘껍데기는 가라’에서 ‘껍데기는 가라.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라는 시구가 왜 오늘따라 ‘겉모습은 집어치워, 네 속이 중요한 거야.’ 라고 들렸는지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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