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2일 수요일

김보영 - 미동(微動) 조차 없는 편안함, 시몬스 침대




 





누구나 한번 쯤 봤을 이 광고는 엄격해 보이는 남자의 등장으로 시작된다, 남자는 테이블 위의 꽃을 보고 수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딸의 방으로 달려간다. 한편 남자친구와 같이 있던 딸은 현관문 소리를 듣고 남자친구를 재빨리 천장으로 숨기고, 방에 들어온 남자는 딸의 방에 딸 밖에 없음을 확인한다. 그리하여 남자와 그 의 딸 모두 안심한다. 그러나 안심도 잠시, 딸의 남자친구는 그만 천장에서 떨어져버리고 만다. 그러나 딸의 침대는 시몬스 침대이었고 큰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아, 딸과 남자친구는 고비를 넘기게 된다.
 
이 광고는 딸의 남자친구가 높은 곳에서 떨어졌음에도 남자가 눈치 채지 못하는 장면에서 큰 충격에도 흔들림 없이 편안하다는 상품의 가장 큰 장점을 잘 부각 시켰을 뿐 아니라 남자친구를 숨긴다는 것부터 딸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강조하려 하듯이 뜨개질을 하는 장면에서는 약간의 유머까지 느껴진다. 이만하면 나무랄 때 없는 광고인 것이다. 물론 겉으로만 봤을 때 말이다.
 
이 완벽해 보이는 광고에는 아주 명확한 실수가 있다. 바로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좋은 의미에서의 변함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시몬스 침대의 CF10년 전과 현재 사이의 발전이 없다는 것이다.
 
 

먼저 1999년에 제작된 광고를 살펴보자. 타사의 매트리스에 볼링 핀을 올려놓고 볼링공을 떨어뜨린다. 역시나 핀들은 모두 쓰러져 버린다. 이번에는 시몬스 침대의 매트리스에 볼링공을......아니 사람이 직접 떨어진다. 그런데 놀랍게도 볼링 핀은 단 한 개도 쓰러지지 않는다. 상품의 장점을 자신 있게 그리고 정확히 보여준 광고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 뒤에 나온 고양이가 시몬스 침대에 누워있는 개에게 들키지 않고 개 껌을 가져간다는 내용, 시몬스 침대 위에 도미노는 충격에도 쓰러지지 않는다는 내용, 위에서 말한 높은 곳에서 남자 친구가 천장에서 떨어져도 시몬스 침대는 흔들리지 않는다는 내용의 광고들은 광고의 흐름, 강조하는 장점, 심지어 유머적인 요소까지 비슷하다. 시간적 차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같이 만들어진 시리즈로 보일 정도이다.
 
물론 시몬스 침대가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십 수 년간 고집해온 것이 잘못되었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되레 이런 오래된 타이틀에서는 장인 정신마저 엿볼 수 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이어가되 시간의 흐름과 동시에 얼마나 더 편안해졌는지를 소비자에게 보여줄 수 있는 광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시몬스 침대는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 아니라, 아예 앞으로 나아가지도 않는, 미동조차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식의 광고는 발전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하는 회사로 낙인찍히게 하는 것은 물론 더 이상 발전의 가망 없는 회사로 전락하게 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다음 광고에서는 시몬스 침대의 오래 동안 이어온 명성 만큼  뻔 한 패턴이 아닌, 좀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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